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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는 통일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통일 교육은 통일 사회를 밝고 희망차게 만드는 디딤돌입니다.

통일 예방주사, 새터민과 친구되기
박민주(제천) 2010.01.30 2203


지난 12월 7일 저녁 7시. 20명의 제천 시민들이 민주노총 소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새터민 김순이(가명, 25세)씨의 남한 정착기를 통해 새터민을 이해하고 친해지기 위한 자리였다. 일반 시민, NGO 활동가, 노동조합 운동가, 홈스쿨링을 하는 청소년, 제천 지역 새터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김순이씨가 지나온 삶의 여정을 함께 들었다. 북한에서의 생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지내던 얘기, 남한에 온 계기, 남한에서 겪은 힘들었던 일, 신기하고 좋았던 일 등을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마음의 힘이 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많이 굶는 것”이 힘들어서 잠시 중국에 가서 좀 먹으려고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강을 건너면서 두려움, 추위, 자책감 등으로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영화 “크로싱”의 도강 장면이 떠올라 더 공감이 되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셨는데 뒤돌아 달려가 도와드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 순간 얼마나 무섭고 미안했을까’ 참 큰 상처였겠다 싶어 마음이 아팠다.

  중국에서는 북한에서처럼 굶지는 않았지만 불법 체류자로 살면서 늘 불안하고 위축되어 살았단다. 지금도 30만 명이 넘는 북한 동포들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는데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 민족이 통일을 못하고 분단 조국에 사는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특히 소수 정치 권력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분노가 올라왔다. 그럴 때마다 더 깊이 생각하는 걸 차단하고 외면해왔는데 이제는 분노와 외면보다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

  많은 새터민들이 태국 등 제 3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김순이씨 모녀는 브로커에게 정착금의 반을 주기로 약속하고 중국에서 바로 남한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단다. “돈이 있으면 다 되더라고요”라는 말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돈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현실이 씁쓸했다. 남한 원주민인 나보다 더 자본주의에 잘 적응한 새터민들을 만날 때의 묘한 기분, 우리 사회가 새터민들에게 보여준 삶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을 거다.

  열일곱 살 청소년으로 남한에 들어와서 범죄자처럼 사진을 찍히고 15일간 독방에 감금당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에 강하게 저항했다는 김순이씨는 사회에 나와서도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당당하고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함께 강연을 들은 안기숙씨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속에서도 자존감과 당당함을 잃지 않은 김순이씨가 참 대견하고 고맙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열한 살 어린 나이에 말 한마디 잘못해서 학교 단상에 올라가 공개적으로 비판 받고 왕따를 당할 정도였는데 남한에서는 생각과 느낌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 참 좋았단다.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갈 수 있는 자유,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내가 처한 환경과 조건을 당연하게만 여기고 감사하지 않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새터민에게 너무 지나친 관심 표현과 예의 없는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 새터민들이 소외감을 잘 느끼고 감정이 상하면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소한 오해로 그럴 때가 있으니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했다. 참가자 안우춘씨는 “이런 이야기가 새터민들과 만날 때 도움이 되겠다”며 반가워했다.

우리가 새터민과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나중에 통일해서 북한 주민들과 화합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일종의 예방주사와 같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김순이씨의 강의를 통해 새터민에 대해 한층 더 이해하고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어 많이 감사하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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