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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우리네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두 발을 뿌리내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북한 동포들, 이땅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선열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두고두고 함께 가꾸고자 다짐합니다.

6월 15일 부여역사기행 다녀왔습니다.
김잔디 2007.06.16 3899


역사기행이 재밌을 것 같아서 지난 번에 함께 가요! 손들었지만 못갔다. 그랬는데 어제 6월 15일에 부여로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정토회 통일활동에 항상 빚진자 같은 마음과 전공상 새터민들에게 관심이 많은 나는 남한역사기행이 반가웠다. 단지 코흘리개들이 "엄마, 안돼~ 가지마!"라고 달라붙은 것이 애로사항이지.

이일저일 뒤적이다가 잠이 부족했다. 그래 새벽기도하다가 엎어졌는데 한 삼십분을 그대로 잤다. 어! 일어나려니까 몸이 저려서 꼼짝할 수 없다. 이러다가 못가지~ 싶어 코에다 침을 바르고 몸이 풀기 위해 바둥대며 기다렸다. 절도 다 못 마치고 아침준비 좀 하려는데 "앙~ 엄마!" 둘째놈이 깬다. 순간 당황했다. 이를 어쩌나~ 지금 내가 애를 안으면 나는 못 나간다. 남편이 벌떡 일어나 얼른 가라면서 손사래를 치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갔다. 어찌나 고맙던지.

졸지에 집을 너무 일찍 나섰다. 아니 집에서 거의 쫓겨난 형국이지. 회관에 도착하니 6시 15분 채 못 되었다. 상주도반들이 아직 아침청소 중이다. 발우공양 준비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아~ 나는 어디에 있으라고. 유정길법사님과 마주쳤다. 신도사무실에 있으면 된단다. 다행이지. 신도사무실 한 켠에서 못 다한 새벽기도를 마쳤다. 에고~ 남새시러라. 발우공양 밥냄새를 코로 도둑질하며 정토지를 읽자니 배명자보살님이 도착했다.

한짐, 두짐, 이것저것 보따리를 챙겨서 차에 싣고 안성으로 출발. 차안에서 오늘 활동할 내용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어찌 이리 졸리운지. 너무 조니까 졸면서 혹시 오늘 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는가, 챙겨보지만 졸기만 한다. 역사기행에서 내가 맡은 일은 사진을 찍어주고 대열 이동시 중간에 서서 대열이 끊어지지 않도록 보는 것, 그리고 수신기를 교체해주고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정해졌다. 잘해야할텐데...졸면서도 조바심을 냈다.

안성 하나원에 도착했다. 검정트레이닝바지에 하얀티를 입은 여자들이 한무리, 바지는 같은데 윗옷이 분홍색인 여자들이 한무리, 윗옷이 초록색인 여자들이 한무리, 무리지어 몰려다닌다. 윗옷의 색깔은 기수마다 다르단다. 여기엔 여자들과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혹 가족이거나 나이가 많은 남자들이 몇 있단다. 그래서 여자들만 보이는구나. 그리고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이들 얼굴 어느 구석에서도 지나온 날들의 어려움이 엿보이질 않는다. 진짜 귀엽고 개구지게 놀고 있다. 그래도 선뜻 말이 건네지진 않고 머리만 쓰다듬었다.

배명자보살님이 오늘의 역사기행과 주관단체를 간단히 하나원생들에게 설명해주시고 출발준비를 한다.하나원생들과 하나원담당자, 형사를 포함한 진행자들까지 99명인데 차는 달랑 두대다. 오호~ 이를 어찌할꼬. 결국 우리가 타고온 미니밴에 원생 6명이 탔다. 이 차가 없었으면 어찔했을지.

차 출발하기도 전에 멀미, 멀미하는 원생들 손을 꾹꾹 지압해주면서 드디어 버스는 부여로 출발했다. 부여로 가는구나. 백제가 망한 곳으로 가는구나. 뭔가 가슴에 살랑거리는 것 같았지만 수신기, 배터리, 이어폰을 원생들에게 나눠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느라 한창 부산을 떠느라, 그 살랑거림은 온전히 가슴에 머무를 순 없었지.

부여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이승용법우님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이게 누꼬? 누구를 모셔왔나? 해박한 설명과 천연덕스러운 유머에 진지함과 웃음이 만발했다. 원생들의 4분의 일은 이승용법우님 옆에 딱 붙어서 듣고 나머지 4분의 1은 주변에 흩어져서 듣는다. 나머지 4분의 1은 먼저 앞장 서서 멋대로 자유스럽게 돌아다니고 나머지 4분의 1은 역사기행보다는바깥바람쐬면서 동무들끼리 수다떠느라 정신없다. 이정도면 듣는 분위기라네. 원생들 중 한명은 조그만 수첩에 열심히 적어넣으며 따라다니고 있다. 어딜가나 훌륭한 학생은 있기 마련이라네. 이 원생은 참 열심이었고 나중에 풀로 머리띠같은 모자를 만들어 쓰는 게 창의적이었다. 그 힘으로 남한에서도 잘 사시기를.
하나원생들은 사진찍기를 좋아한대서 벌떼같이 달라들면 어쩌나, 좀 긴장했었지. 하지만 야박시런 내가 뭐 찍어달란다고 막 찍겠나. 정해진 시간에 안찍으면 내가 혼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이승용법우가 사진찍는 시간을 줄 때를 기다렸다. 박물관 외부로 나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와우~ 진짜 사진 열심히 찍는다. 남 찍어주는 건 좋아한대도 내가 찍히는 것은 즐기지 않은 나에겐 희안한 일이었다. 벌써 이승용법우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하나원생들도 있다. 남자가 형사까지 넷인데 이승용법우와 하나원실무자 한 분에게 하나원생들의 필이 꽂혔는갑다. 행복하신 분들이셔요.

박물관을 나서서 밥집으로 갔다. 모두들 배고팠던차라 가뜩 차려진 푸성귀 쌈밥을 즐겁게 먹었다. 간간히 고기가 빠져서 이 밥상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그건 남한사람들한테서 나온 소리. 하나원생들은 잘 먹고 좋아라했다.

부른 배를 꺼지게 하는 건 걷는거지. 우리들은  궁남지로 떠났다. 이동하는 중에서 승용법우는 우리들에게 오늘쪽의 탑을 보시요, 왼쪽의 기마상을 보시요, 해설자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아래 그늘 없는 연못가에 내렸다. 어쩌나, 모자없이 온 하나원생들이 염려되고 모자쓴 내가 미안시러웠다. 왜 모자를 쓰지 말라고 했는지, 그 말을 한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원생들이 별 불평소리가 없다. 손에 잡히는 대로 신문지로 손수건으로 머리에 쓸 것을 만들어 썼다. 게중에는 풀로 모자를 만들어 쓴 재미난 생각을 해낸 친구도 있다.  아직 연꽃은 봉오리만 몇개 올랐왔기에 아쉬웠지만 수련은 분홍색, 노랑색으로 예쁘게 피었지. 서동용이야기를 들으며 궁남지를 걸었다. 부른 배가 서서히 꺼지는 게 느껴졌다. 백제군사 오천결사대상 앞에서 전체 사진 찰칵!

이제 고난도 코스인 부여산성으로 갔다. 열심히 올라갔다. 물이 준비되지 않아 물을 사네 마네 하다가 부여산성의 약수를 먹자고 약속한터라 목마른 나는 얼렁 산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이 산이 아닌가벼~  이승용법우의 설명을 들으며 가야하는데 엄청 빨리가는 무리들이 염려되어 함께 따라갔다가 너무 앞서서 봉우리로 올랐다. 왼쪽으로 빠져서 낙화함으로 갔어야하는데. 다시 내려갑시다~~하면서 낙화암으로 갔다. 낙화암에서 하나원 친구 한명이 노래를 불렀는데 승용법우의 마이크를 붙잡고 스스럼없이 볼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곧 따라 합창을 한다. 노래를 잘한다.

백제왕이 마셨다는 고란사 약수를 마신다. 삼천궁녀의 절개를 이야기하면서 절개는 누구를 위한 칭송덕목인가를 신랄하게 빗대어 말하는 승용법우의 말이 약수보다 더 시원하게 우리 여자친구들의 가슴을 적셨다. 웃었지만 울고 싶었으리라. 조국과 절개와 배고픔, 그리고 생명. 우리의 생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냥 낙화암의 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그냥 살아가리라. 절개를 무슨 개소린가.

그렇게 약수를 마시고 웃으며 짧은 하루 긴여행을 마쳤다. 사진을 찍어주는 입장이 되니 찍어주면 좋아하지만 안 찍어주면 미움을 당하는 과보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처음이라 조심스러운 나의 입장도 가려지고 거리를 두고 남한에 온 북의 여자친구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느 때는 거리를 두는 것이 가까이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게 해줄 때도 있다. 꽃처럼 예쁜 그네들의 터질 것 같은 긴장과 붕~ 떠있는 비현실감이 역사기행 시간동안 서서히 녹아들면서 낯선땅 남한에 대한 애정이 조금 생기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애정만큼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소중함이 한 뼘 자랐으리라. 처음보다 눈이 반짝거리고 굽신 인사하던 목을 오히려 세우고 오늘 수고했다고 당당하게 인사해주는 모습이 예쁜데 왜 목이 메이는지.  부디 오늘 역사기행 함께 한 여자친구들이 이 땅에서 잘 사시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주시고 기행을 위해 온몸과 마음 다하신 배명자, 김은숙보살님, 이승용법우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덧붙여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은 나도 역사기행을 통해 역사를 아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의 하나라는 것을 체험했다는 것이다. 인자, 나도 얼라들 크면 발해기행도 떠나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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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 역사기행을 함께 하며
얼굴없는 사진이지만 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