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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이웃인 남과북이 먼저 평화로워야 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남과 북의 아픔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때, 그 과정이 바로 참 통일입니다. 남북한동포 ‘좋은이웃되기’는 좋은벗들에서 추진하는 북한동포 생활정착 지원사업이자, 남북한동포가 함께 일구는 생활 속 통일운동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통일을 염원하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소중한 인연
천안 좋은벗들 이채현 2015.05.22 1782


천안지역에서 좋은벗들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125월 무렵이었다.

신생 지역이라 사회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던 중 하나센터 정착 도우미를 하시던 최영자님의 소개로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된 아기와 엄마가 소개되었고 어떻게 도와 줄 것인가를 살피기 위해 총무님과 봉사자 몇 분이 방문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이면서 아직까지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만나면 금방 간첩이 될 것 같은 반공 교육을 어린 시절 철저히 공포스럽게 받은 덕분의 결과가 바로 나타났다.

     

어느 여름 날 식당을 하고 있는 내게 우리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온다는 최영자님의 전화에 처음 만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아기와 엄마는 어찌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지 우리 집의 아이들과 내 마음을 다 빼앗아갔다.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도시락도 가지고 가서 같이 먹고, 수영장에 가서 아기를 무척 예뻐하여 장래희망이 유치원 선생님인 셋째 딸이 아기를 봐주어서 같이 수영을 하는데 수영을 잘 해서 북한에서 상도 받고 했다고 하기에 기대를 했는데, 우리가 어릴 적 동네 앞 시냇가에서 머리 들고, 팔과 다리를 파닥거리던 그 수영이었다.

머리를 물속으로 넣고 이렇게, 이렇게 해봐라고 했더니 무서워서 못해요하고는 배시시 웃는다. 그것도 예쁘다.

언제든 식당으로 놀러오라고 길을 일러 주었는데, 여름 날 아기를 업고 버스 2번 갈아타고 오다가 더위를 먹었는지, 또 다른 힘든 사정이 있었는지 더는 오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아기가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가보라는 최영자님의 전화를 받고 갔는데 아기가 아프다고 밥도 한 끼도 먹지 않고 초췌하게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얼굴에 한 가득 수심이 차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안쓰러웠지만 그냥 아기가 얼마나 아팠는가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돌아오는데, 하필 그때 내 주머니는 비어 있어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기 덕분에 자주 연락을 하게 되고, 아기를 데리고 정토회 수행법회도 참여하고 7월 백중에는 친정아버지를 천도해 드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여, 함께 한 추억이 쌓여갔다.

아기의 백일 날이 마침 모임하는 날이라 좋은벗들에서 모여 봉사자님들과 함께 백일상을 조촐하게 차려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 전화로 안부를 묻다 북에 있는 큰 딸애를 데려와야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아기를 경기도 24시 어린이집에 맡겼다는 말을 듣고, 실망감에 그 동안 있었던 몇 번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서운함에 한참은 힘들었다. 결국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제 딴에 참다가 참다가 폭발하여 인연을 끊어버리며 살아온 과거가 바라봐졌다. 얼마나 많은 인연을 그렇게 단절하고 살아왔는지...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는 안쓰러운 동생으로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간다.

     

얼마 전 좋은벗들의 설 선물 전달이 있어 잠깐 만나자고 하니 모임에 오겠다 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그 날이 우리 집 남편 생일이라 모임 후 급하게 짐을 챙겨 나오는 나를 잡고 같이 가요하며 내 손을 잡더니, ‘언니 이것으로 형부 술 사드려요하며 만원을 내 주머니에 넣어 주는데, 얼마나 그것이 귀하던지 아직 그 주머니에서 빼지 않고 있다.

     

세상 일에 관심 가는 일이 몇 가지 밖에 없는 나이지만, 이것이는 확신이 들면 뿌리다 못해 쏟아 는 나의 성격에, 모자를 소개한 최영자님이 이것은 길게 할 일이지, 초반부터 힘을 다 하면 지칠 수도 있다고 하며 걱정을 하셨던 일이 생각난다.

     

내 성격을 돌이켜보니 그것은 어릴 적 중이염으로 결국 귀가 어두워 아버지께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살피고, 또 살피고, 물러나고 또 물러나다가 이 사람이다, 이 일이다하는 믿음에 확신이 생기면 성실하게 일을 진행하고 꾸려가시며,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으셨고 또 아니다 싶으면 냉정히 뒤도 돌아 보시지 않는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안심이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중이염으로 70년 세월을 잘 듣지 못하여 겪은 서러움을, 올해 수술을 하시고 기뻐하시며 더 잘 들린다고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환한 모습을 보며, 아버지도 실수도 하고 허술한 점도 좀 보이시며 사시는 모습도 뵈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를 비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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