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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청진 꽃제비, 온기 찾아 제철소 재무지로
  388호 2011.02.05 2763


살을 에는 혹한 속에 거리를 떠도는 방랑자들은 더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어린 꽃제비들을 포함해 방랑하는 어른들까지 김책제철소 재무지로 꾸역꾸역 모여든다. 제철소에서 버려지는 석탄재에 남아있는 온기를 취하기 위해서다. 꽃제비들은 어디서 용케 주워 온 비닐박막을 잿더미 위에 깔고 잠을 청하는데, 간혹 불씨가 옷에 달라붙어 화재가 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제철소에서 금방 버린 석탄재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서로 챙겨 가려고 애쓴다. 방금 나온 것일수록 뜨겁고 온기가 오래 가는 게 많기 때문이다. 요새 꽃제비들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여러 명이 뭉쳐 다니는데, 갓 버려진 석탄재를 두고 패싸움을 할 때도 많다. 자기들 안에서도 너무 어리거나 몸이 약한 아이들은 각자 보살펴주거나 패싸움이 일어났을 때도 보호해준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구제소에 끌려가 생활하면 먹을 것도 없지만 규율이 심하기 때문에, 차라리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어른 꽃제비들은 무리에 섞여 지내기보다는, 따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 꽃제비 무리는 주로 10-20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낮에는 수남 시장이나 역 주위를 돌며 먹을 것을 구하고, 밤에는 김책제철소 재무지에서 생활한다.

수남시장 꽃제비들은 다 떨어진 넝마 옷을 주워 입고 다니는데, 얼굴이 하도 까매서 눈만 하얗게 빛난다. 머리는 산발에 너덜너덜해진 포대 자루 하나 뒤집어쓴 모양으로 돌아다니는 게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하지 못할 행색이다. 음식 매대 옆을 수시로 지나다니며 땅에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하고, 손님이 음식을 건네받으려는 순간 쏜살같이 채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끝까지 아이를 쫓아가 때리기도 하고 음식을 다시 돌려받기도 했지만, 이젠 그냥 놔둔다. 시꺼먼 손으로 덮친 음식을 도저히 자기 입에 넣고 싶지 않아서 더러워서라도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올 겨울 들어 유난히 꽃제비들이 눈에 많이 띄자,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다. 수남시장을 관리하는 한 보안원에 따르면,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2009년과 비교해보면 작년에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해 해가 바뀐 지금은 더 늘어났다고 한다. 꽃제비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고난의 행군 시기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보안원도 있다. 송평구역당 간부 한 명은 시당과 구역당에서 꽃제비 문제로 여러 차례 회의를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구제소에 넣어봤자 난방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올 겨울처럼 추운 날씨에는 차라리 재무지에서 석탄재 온기라도 쬐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당에서도 별 대책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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