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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소토지 농사를 통해 본 식량문제 해결의 실마리
좋은벗들 2010.07.19 3590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벌거벗은 민둥산에 자리 잡은 뙈기밭은 북한의 식량난을 보여주는 주요 상징 중의 하나였다. 살아남은 주민들에게 뙈기밭은 식량을 얻기 위한 가장 큰 자원이었다.

북한 당국이 그간 묵인해오던 소토지 농사에 대해 일정하게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당창건일을 맞아 배급제를 재개하겠다는 계획 아래 시장에서의 식량판매를 금지하고 토지구획 정리 작업을 시작하던 때부터였다. 국가 배급을 정상화함으로써 사회주의 사회 질서를 다잡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식량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서 배급제 재개는 유야무야 되었다. 이듬해 2006년 여름에는,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 내린 집중폭우로 수해피해를 크게 겪었다. 그 해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급감한 것은 물론이다.

2006년부터 소문으로 나돌던 소토지 농사금지조치는 2007년 들어서야 가시화되었다. 산림훼손 방지와 산림 복구를 명목으로, “뙈기밭과 같은 개인 소토지 일부를 농장소유로 회수하고 나머지는 산림으로 복원하라”는 방침이 군부, 당, 내각, 지방 당 기관 등에 내려졌다. 주민들은 어렵게 일구어 놓은 땅을 국가 소유로 하겠다는 방침에 불만을 표했는데, 국경연선 일부 지역에서는 잇따라 산불을 내기도 했다.

당국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토지세를 인상해 주민들의 소토지 농사 의욕을 꺾었다. 평당 10-12원선이던 토지세가 평당 50원으로 올랐는데, 비료 값 대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주민들로선 토지세까지 오르자 소토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중에 2007년 7월이 되자 또다시 수해피해를 입게 됐다. 연이은 수해로 식량생산량이 급감하자, 당국은 소토지 환수방침을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그 후과는 2008년 춘궁기 아사자 발생으로 바로 나타났다. 북한 정부는 군량미를 신속하게 풀어 구제하기도 했으나 대량아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토지 농사를 막고 산림반 이용 농사를 폐지하려던 계획은 연기되었고, 오히려 암묵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북한의 가장 큰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연이은 수해피해는 군량미 확보에 어려움을 주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군량미를 우선적으로 바치다 보니 흉년이 들면 농민들의 식량부족이 심각해진다. 2008년의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과 달리 농민세대에서 아사자가 많이 발생됐으나, 농민들의 거주특성상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국경지역에서는 식량사정의 악화로 여전히 소토지 농사가 묵인되는 경향이 있었고, 일부 공장에서는 개인들의 소토지 농산물을 거둬들여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준 것처럼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북한당국은 150일 전투, 100일 전투를 시행하면서 소토지 농사를 철저히 금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토지 농사를 지을 틈을 주지 않았다. 소토지 농사 급감은 곧바로 2010년 식량난 심화로 이어져, 아사자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됐다.

올해에는 1월부터 아사자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시장 폐쇄조치로 식량 유통이 금지되면서 주로 도시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정부에서조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토지와 6개월 부업지 환수 등의 강력한 농사 통제와 시장 폐지, 장마당 단속에 더하여 진행된 화폐교환 조치는 배급도, 월급도 없이 살아가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박탈해버린 꼴이 되었다. 대내적으로는 전년도 흉작에, 대외적으로는 인도적 식량지원 및 무역거래 중단으로 수입 식량이 감소하면서 국내 식량 보유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여기에 식량유통까지 금지하다보니, 새해 벽두부터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북한 식량난의 한 단면인 뙈기밭을 포함한 소토지 농사는 분명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산림을 황폐화시켜 홍수와 가뭄을 유발시키고, 개인 소득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전  옥토 대신 소출이 빈약한 황무지에 대부분의 노동력이 투여되는 것은, 분명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임에 틀림없다. 산비탈에 쏟는 노력을 농장에 쏟는다면 몇 배의 소출이 날 것이다. 이 모든 문제에도, 현재 북한 주민이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소토지 농사가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함경북도 온성군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온성군은 2008년도에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난 뒤, 소토지 환수에 강력히 반발하는 주민 세대들을 달래려고 작년에는 소토지 개간을 이례적으로 묵인했다. 온성군 당 조직과 군 인민위원회에서는 직장별로 노동자들에게 농사를 지으라며 소토지를 나눠주기까지 했다. 중국으로부터의 비료구입과 농자재수입을 장려하여 농사작황이 다른 지역보다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그렇기에 화폐교환 조치 이후 전국의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아사자가 발생하고 굶주리는 세대가 증가함에도 온성군만은 아직까지 굶어죽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식량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토지 농사 허용만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매년 식량난이 되풀이되는 것은, 식량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농업개선이 쉽지도 않고, 농업 한 부분만 손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을 감안하고, 현재 시점에서 산림훼손을 막고 농업생산력을 높여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집단농장의 농토를 농민들에게 분배해서 제 마음껏 농사를 짓게 하고 잉여농산물을 자유로이 처분하게 하는 길 밖에 없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처럼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마음껏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길만이 식량난도 해소하고 소토지 농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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